오컬트나 점술은 전부 현재의식에서 잠시 멀어지는 작업입니다. 그렇기에, '이게 정말 맞아요?'라는 질문은, 현재의식을 개입시키는 일입니다. 

이런 질문 하는 분들은 절대로 현재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분들이니 이후로도 절대로 점술같은 것에 관심도 갖지 마시고 보지도 마세요. 안 맞으니까요. 

그냥 본인이 하고 싶은대로 현재를 살아가면 충분히 잘 사는 분들입니다. 점 안 봐도 잘 사시는 분들입니다.

그런 질문할거면 뭐하러 점을 보나요?



다른 예를 들지요.

친구들과 신나게 보드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친구가 이렇게 물어봅니다.

"야, 이거 진짜 돈 맞냐? 나 뉴욕 산거 맞냐?"

그럼 어떻게 대답할까요?

"너 미쳤냐? 당연히 가짜 돈이지 무슨소리야?"


보드게임이라는 프레임 안에서는 그건 진짜 통용되는 돈이고 나는 우주여행을 갔다 왔으며 무인도에 갇히기도 하고 서울을 사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게 진짜돈이냐고 묻는 그 순간 그 프레임은 깨지고 현실을 가져옵니다. 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며 그 프레임 안에서는 하면 안 되는 질문입니다. 말 그대로 판을 엎어버리는 질문입니다. 




열심히 질문에 대해 카드리딩을 해 줍니다. 그런데 내담자가 묻습니다.

"근데 이거 정말 맞나요?"

그럼 저는 이렇게 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하나도 안 맞죠. 공장에서 찍어낸 종이쪼가리가 어떻게 미래를 예측해요?"



다시 보드게임의 예를 들겠습니다. 

마찬가지 상황에서, 친구가 이렇게 묻습니다.

"야 아까 내가 파리랑 콩코드 산거 맞냐?"

그럼 이렇게 대답합니다.

"맞을걸. 근데 그건 니꺼니까 니가 챙겨야지."


마찬가지입니다. 점술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이게 맞나요?" 내지는 "어떻게 맞는건가요?" 라는 질문을 한다면, 이건 100% 맞는데 내가 인간이기에 100%를 전달할 수 없다고 답합니다. 틀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맞는거냐는 질문에는 여러가지 답을 할 수 있겠지요. 대표적으로는 융의 공시성 이론을 들겠구요. 하지만 어찌되든간에 결국 그 과정에서의 선택은 본인의 몫입니다. 



자, 그리고 반대의 경우가 있습니다.

"제 인생을 결정해주세요" 라는 분들. 

이분들은 현실이라는 가시밭길을 자기 발로 딛고 싶어하지 않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도 절대로 점을 보면 안 됩니다. 모든 것을 점술가가 결정해주고 말해주기를 바랍니다. 자신은 그 어떠한 것도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로또가 당첨될 운이 100%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신발 신고 현관문을 나서서 가게에 가서 로또를 사 오지 않습니다. 누군가 당첨된 로또종이를 가져다줄 거라고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이분들 또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점이 맞지도 않으며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을 들을 때까지 점을 보러 다닙니다. 


마찬가지로 보드게임을 예로 들까요.

"이건 진짜 내 돈이고, 난 서울을 샀으니 너희들은 빨리 나한테 세금을 내"

라고 진심으로 말하는 친구가 있다고 합시다. 

이 사람은 이 게임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당연히 다시는 이 사람과 누구도 게임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극단적인 두 부류는 한 인물에서 일어나는 때가 많습니다. 점술을 온전히 믿지도 못하면서 지속적으로 점을 보러 다닙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구요.


그래서 내가 점을 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점은 안 보는 게 제일 좋다고 누누히 말하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술이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은, 자신의 일상을 잘 꾸려나갑니다. 그러나, 어느 때에는 운이 하락하거나 터널시야로 빠져들게 됩니다. 이럴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보고 점을 보는 것입니다. 

연애운을 예로 들자면, 어느 시점에는 연애운이 안 좋다가, 좋아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좋아지는 시기에 소개팅이 들어오거나 누군가와 사귀게 되는 게 아닙니다. 운이 좋아질 때까지 꾸준히 사람들을 만나고 소개팅도 졸라보고 모임도 나가보고 자기가 할 일을 다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다보면, 운이 좋아지는 시기에 그 기반들의 포텐셜이 터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점을 보고 나서도 그 조언을 따르든 따르지 않든 그건 본인의 선택이지만, 그만큼 자신의 인생에 적극적인 사람이어야 선한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점술이 여기서 하는 역할은 잠시 터널시야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불안함을 스스로 끄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직접 꺼 줄 수는 없습니다. (물론, 다시 점술 프레임에서 말하면 어느정도 맞추기는 맞춰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점술이 아니지요.)

종종 피드백을 받아보면, 내가 해석한 미래가 틀린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점술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내가 100%를 해석해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인들이 작은 행동이라고 해서 미래를 적극적으로 바꿔나가려고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서, 점술은 건강보조식품같이 여기는 게 좋습니다. 불신한다면 보조식품 같은 거 안 먹고 운동하고 주기적으로 검진 받고 예방접종 잘 하고 잘 먹고 잘 자면 됩니다. 그러나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맹신하고 보조식품만 먹는 것도 당연히 좋지 않습니다. 평소에 튼튼하지만 어떤 때에는 자주 잠을 못 자고 과로하거나 잘 챙겨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적당히 먹는다면 필요할 때 그 효용성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Posted by Lu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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