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님: 20대 초반 학생입니다. 올 겨울에 국가시험을 보고 졸업을 합니다. 남자친구는 10살 차이가 났었구요. 

나이차이가 많다보니 남자친구 집안에서 반대를 했습니다. 남자친구의 아버지 건강도 좋지 않아서 제대로 선 보고 빨리 결혼하라고 종용을 받고 결국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도 둘 다 솔로면 연락하자고 했는데 다시 잘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 사람이 선을 봤다면 그 여자와 잘 되고 있나도 궁금합니다. 나중에 제가 연락하면 그 사람이 절 싫어할까요?




상대방이 다른 여자와 잘 되나 안 되나는 제3자의 문제기 때문에 봐 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정확도를 장담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 질문자분도 얻어지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칠순잔치라니 그럼 그쪽집안 분들은 나이 오십에 외아들 하나를 봤다는 얘긴데 어쨌든 그렇다 칩시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경우가 있으니까요. 

어찌저찌 잘 되어서 다시 만나서 10년을 사귀고 결혼했다고 합시다. 요즘은 대충 그 정도 나이에 결혼하니까요. 여자 서른 남자 마흔이면 딱 좋군요. 부모님은 무려 80입니다... 수발 들고 집정리 하고 다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거리낌없이 하실 수 있으신가요? 

반대로 바로 내일 당장 일이 너무 잘 돼서 한달 안에 이 남자와 결혼했다고 합시다. 본인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1~2년 만에 아이를 가졌다고 합시다. 나는 애 낳고 기르면서 아줌마가 되어가는데, 친구들은 20대 중후반인지라 클럽가고 연애질하고 돈도 벌고 비싼 옷도 사 입고 마음대로 돌아다닙니다. 아이 때문에 만날 시간도 없네요. 시부모님은 항상 아프셔서 자리를 비우기도 힘드네요. 아이만 보면서도 행복할 자신 있나요? 친구들 질투 안 할 자신 있나요? 


지난 겨울부터 사귀게 되었으면 알 수 있는 시간도 많이 부족했고, 서로의 가치관이나 습관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을텐데요. 외동이고 아버지 나이가 칠순이나 된다는 건 어느시점에 알게되셨나요? 자신에 대해 어디까지 대화를 나누셨나요? 내가 말한만큼 상대방도 말해주었나요? 상대방이 말해준 만큼 나에 대해서도 알려주셨나요?


솔직히, 이 상대방은 오래 사귀게 되면 실망하거나 후회하게 되는 부분이 많은 사람입니다...(5완드, 마법사) 대단히 큰 단점은 아니지만, '10살이나 많아서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오빠 완전 깬다' 라고 실망할 부분들이 자꾸 생기게 되는 스타일이네요(이건 따로 배열을 다시 뽑아봤습니다. 미첨부.).

아마 누굴 막론하고 같은 말을 할 겁니다. 꿈 깨라고. 지금은 10살이나 차이나고 이미 사회인이니 어른스러워보이고 기댈 수 있을 거 같고 나보다 여유도 있어보이고 돈도 잘 쓰고 듬직한 것 같지만, 사실 남자 30대초반이면 아직도 어린애입니다... 아마 그 집안에서도 같은 이유로 반대했을 겁니다. 그런 어린애 데려다 뭐에 쓸거냐, 그 애 앞길 가로막지 말고 얼른 헤어져라, 라구요. 남자분 말대로, 본인이 상대방을 붙들고 있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본인을 붙들고 있던겁니다. 


사람은, 인연이 아니면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인연이라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결국은 이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6년동안 다섯번을 헤어졌다 다시 만난 커플을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완전히 헤어져서 연락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억지로, 억지로, 끝난 인연을 미련으로 이어붙이려다 그렇게 둘의 20대를 완전히 허비하게 되어버렸죠. 20대 초반에 결혼했다가 1~2년만에 다 뒤집어엎고 이혼해버린 분도 두분 알고 있습니다. 한분은 그렇게 서로 좋아죽어서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지만, 결국 성격차이로 이혼하셨습니다. 집안 문제도 있었죠. 그리고 그런 집안불화를 남자가 제대로 커버하지 못한 탓도 컸습니다. 또 한분은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하고 결혼했는데, 정작 결혼하고 나서 보니 결혼관이나 일상적인 가치관이 전혀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이혼하셨습니다. 

반대로, 캐나다와 일본에서 서로 초 장거리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한 분을 알고 있습니다. 또, 2년 전에 고백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던 데다가 미국에 살고 있어서 거절했다가, 최근에 입국해서 다시 또 고백을 받고 심사숙고해서 결국 사귀기로 하고 1년만에 결혼해서 같이 이민가기로 한 분도 알고 있습니다. 



결혼이건 연애건 서로가 엇비슷하고 [내가 행복하려고] 하는겁니다. 이 사람과 계속 사귀면서 행복할 자신이 있나요? 어차피 구원은 셀프고 효도도 셀프입니다. 

나중에 헤어졌다 사귀었다 서로 생채기만 남게 된다 하더라도 다시 만나고 싶다! 라고 하신다면, 이 배열은 다시 만날 수 있는 배열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장담을 못 드립니다. 만난다는 게 다시 사귄다는 말이라고도 장담 못 드립니다. 모든 것은 있어야 하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내년에 졸업하고 나서 연락을 하면 만나실 수는 있습니다. 이후는 본인에게 달려있습니다. 제 보기에는 중간중간 참지 못하고 먼저 연락을 하려고 하실 것 같습니다만... 그냥 내년에 졸업하고 취직을 한 뒤에 안부연락이나 먼저 해 보시는 게 좋을듯 합니다. 

Posted by Lu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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